오사카만 위로
오사카만 위에 매립된 인공섬 활주로. 5월 말 오전의 회색 수면 위로 한 대의 비행기가 진입한다. 입국 심사장의 두 갈래 통로 — QR이 있는 쪽과 없는 쪽 — 그리고 도보 3분 거리의 라피트 매표소까지가, 이 책의 첫 13분이다.
오사카만의 오전부터 우라난바의 첫 사케까지 — 라피트의 차창, 도톤보리의 정오, 호젠지요코초의 좁은 돌길, 그리고 도미인 본관의 천연온천이 차례로 흘러가는 5월 28일 목요일의 13시간.
오사카만 위에 매립된 인공섬 활주로. 5월 말 오전의 회색 수면 위로 한 대의 비행기가 진입한다. 입국 심사장의 두 갈래 통로 — QR이 있는 쪽과 없는 쪽 — 그리고 도보 3분 거리의 라피트 매표소까지가, 이 책의 첫 13분이다.
간사이 국제공항(関西国際空港, Kansai International Airport / KIX)은 오사카만(大阪湾, Ōsaka-wan) 위에 떠 있는 인공섬이다. 1994년에 개항한 이 공항의 활주로는 바다 위에 매립된 511만 제곱미터의 사변형 위에 놓여 있다. 5월 말 오전의 오사카만은 회색이다. 안개가 살짝 깔린 수면 위로 09:50 무렵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진입한다. 착륙 직전의 시야 안에는 활주로의 흰 직선 외에 아무것도 없다.
입국심사장의 풍경은 두 갈래로 나뉜다. 비짓 재팬 웹(Visit Japan Web) 사전 등록 QR을 가진 통로와 그렇지 않은 통로. 전자는 약 15분 만에 통과하고, 후자는 30분 이상 걸린다. 5월 평일 오전의 KIX는 그래도 한산한 편이다. 캐리어가 컨베이어 벨트 위로 차례로 흘러나오는 사이, 1층 국제선 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의 난카이 라피트(南海ラピート, Nankai Rapi:t) 매표소가 시야에 들어온다.
난카이 라피트(ラピート, Rapi:t)는 1994년부터 운행되는 공항 특급이다. 차량의 외관은 깊은 푸른색, 둥근 창은 여객기의 창문을 의식해 디자인되었다. β 편성의 좌석은 모두 지정석이며, 차량 끝에 잠금 장치가 달린 캐리어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다. 잠금은 비밀번호식으로, 100엔 동전이 필요하지 않다.
출발 후 약 10분이 지나면 차창은 인공섬의 직선을 벗어나 본토로 진입한다. 이즈미사노(泉佐野) 일대의 주택가가 차례로 흐르고, 이내 텐가차야(天下茶屋, Tengachaya)·신이마미야(新今宮, Shin-Imamiya)의 옛 풍경이 차창 너머로 지나간다. 38분의 차창은 기차의 속도가 마지막에 가장 가깝게 도시에 닿는 시각을 보여준다. 11:18 무렵, 종착역인 난카이 난바역(南海なんば駅, Nankai Namba Station)의 거대한 천장 아치가 차창 안으로 들어선다.
난카이 난바역의 동쪽 출구에서 도보 7~10분. 정식 체크인은 15:00이지만, 일본의 대부분 호텔이 그렇듯 아침부터 짐만 먼저 맡길 수 있다. 캐리어 두 개와 보관증 한 장이 교환되는 짧은 절차.
11:20 무렵, 도미인 프리미엄 난바 본관(ドーミーインPREMIUMなんば, Dormy Inn Premium Namba)의 1층 로비에 캐리어 두 개의 바퀴 소리가 들어선다. 표준 체크인 시각은 15:00이지만, 일본의 대부분 호텔은 아침부터 짐 보관 서비스를 운영한다 — "I have a reservation tonight. Could you keep my luggage until check-in time?" 한 줄로 캐리어 두 개와 보관증 한 장이 교환된다. 보관비 0엔.
11:30, 백팩 두 개만 어깨에 걸친 채 호텔의 자동문 밖으로 거리가 다시 펼쳐진다. 다음 행선지는 도보 7분 거리의 도톤보리 — 오사카에서 보낼 첫 점심이 그 거리 안 어딘가에서 기다린다.
1612년 야스이 도톤(安井道頓)이 사재로 판 운하. 그 운하의 양안에 200년이 넘는 별명 — "食い倒れの街" 먹다가 망하는 도시 — 가 붙었다.
난카이 난바역에서 도톤보리(道頓堀, Dotonbori)까지는 도보 5분이다. 도톤보리는 거리의 이름이자 강의 이름이다. 1612년, 야스이 도톤(安井道頓)이라는 사람이 사재를 털어 운하를 팠고, 그 운하는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따 도톤보리강(道頓堀川)이 되었다. 강을 따라 양안으로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반부터다.
정오의 도톤보리는 라멘 골목의 냄새로 채워진다. 이치란(一蘭, Ichiran) 도톤보리점 앞에는 평일에도 10~30분의 대기 줄이 형성되고, 잇푸도(一風堂, Ippudo)의 입구에서는 짙은 돼지 사골 향이 흘러나온다. 라멘 한 그릇은 800엔에서 1,500엔 사이. 우동 명문 이즈모야(出雲庵, Izumo-an)는 800엔의 가격대로 그날의 가장 가벼운 한 끼를 제공한다.
오후 1시 반 무렵, 글리코 사인(グリコサイン, Glico Sign)이 시야에 들어온다. 1935년에 처음 세워져 여섯 번 갱신된 이 LED 광고판은 두 팔을 벌리고 달리는 선수의 실루엣으로 도톤보리강 위 에비스교(戎橋, Ebisu-bashi)에서 빛난다. 정오의 햇살 아래에서는 푸른 네온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강의 검은 수면 위로는 글리코 사인의 윤곽선이 흐릿하게 비친다.
난바 천일전(難波千日前) 사거리의 13층 건물. 2009년 개업, 2018년 리뉴얼. Day 1과 Day 3 두 밤이 같은 객실에 묶여 있어, 둘째 날 큰 캐리어는 이 호텔의 프런트에 잠시 잠긴 채 머문다.
15:00, 정식 체크인 시각. 11:20에 맡긴 캐리어 두 개가 보관증 한 장과 교환되어 객실로 직접 옮겨진다. 객실은 약 27제곱미터의 트윈룸. 객실 안에는 두 개의 싱글베드, 작업용 책상, 무료 와이파이, 작은 금고, 그리고 일반 비즈니스 호텔보다 약간 더 넓은 유닛 배스(unit bath)가 마련되어 있다. 옷장에는 도미인의 시그니처인 가운형 유카타(浴衣, yukata)가 두 벌 걸려 있다.
도미인 프리미엄 난바 본관(ドーミーインPREMIUMなんば, Dormy Inn Premium Namba)은 2009년 개업해 2018년 리뉴얼된 13층 건물이다. 위치는 난바 천일전(難波千日前) 사거리 — 도미인 그룹의 일본 내 100여 개 지점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편에 속한다. 닛폰바시역(日本橋駅, Nippombashi Station)에서 도보 5분, 난카이 난바역에서 도보 7~10분, 도톤보리까지 도보 7분 거리. 동일 그룹의 별관(ANNEX)이 길 건너편으로 약 5분 거리에 나란히 운영된다.
본관 2층의 천연온천 대욕장. 호텔에서 30km 동쪽 시조나와테(四條畷, Shijōnawate)에서 매일 트럭으로 운반되는 라돈 천연수 — 그 광천이 17시간 무료로 채워진다.
본관 2층 욕탕의 이름은 유우기리노유(夕霧の湯, Yūgiri-no-yu) — "저녁 안개의 탕"이라는 뜻이다. 이 탕의 원천은 호텔에서 약 30킬로미터 동쪽, 시조나와테(四條畷, Shijōnawate)에서 매일 트럭으로 운반되는 라돈 천연수다. 메이지 시대에 발견된 이 광천(鉱泉)은 22℃의 저온 광천으로, 호텔에서 가열한 뒤 욕탕에 채운다. 광천 운반은 도미인 그룹의 자체 시스템 — 시내 한복판의 비즈니스 호텔이지만 매일 새벽 트럭이 광천수를 채워 넣는다.
15:00에 체크인을 시작해 익일 10:00까지 17시간 동안 무료로 운영된다. 내탕(内湯)·외기욕장(外気浴場, 露天風呂)·드라이 사우나·물탕의 네 가지 욕탕 구성. 외기욕장은 바위로 둘러싸인 작은 노천(露天) 형식으로, 도심 한복판이지만 머리 위로 하늘이 열려 있다. 5월 말의 늦은 오후, 외기욕장의 바위 위로 오사카 시내의 가장자리에 막 노을이 들어서기 시작하는 시각이 가장 좋다.
탈의실 옆에는 휴게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다. 자판기에서 무료 우유(湯上がりの牛乳)·요거트·아이스크림이 시간대별로 나오고, 일부 시간대에는 맥주도 한 잔 무료다. 이 풍경은 일본 전국 도미인 100여 개 지점이 거의 똑같이 공유한다.
도톤보리 한 블록 안쪽, 폭 2.7미터의 좁은 돌길이 80미터 가량 이어진다. 양옆으로는 100년 된 음식점들이 천장을 낮게 누른 채 서로 마주 본다. 1637년 창건된 호젠지(法善寺)의 옆 골목이라 그 이름이 붙었다.
도톤보리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폭 2.7미터의 좁은 돌길이 80미터 가량 이어진다. 양옆으로는 100년 된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줄지어 있다. 천장이 낮고, 간판이 작고, 등이 노랗다. 2002년의 큰 화재 이후 한 차례 복원되었지만, 골목의 폭과 분위기는 에도 시대의 척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골목 한가운데, 호젠지의 본당 옆에는 이끼로 뒤덮인 부동명왕상(不動明王像, Fudō Myōō-zō)이 있다. 키는 어른의 가슴 높이 정도. 매일 수많은 손이 그 머리 위로 물 한 바가지를 끼얹어 — 백 년 가까이 부어진 그 물이 부동명왕의 형상을 이끼의 두꺼운 외피로 덮어버렸다. 지금 그 상의 표면에는 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톤보리가 관광객의 거리라면, 우라난바는 오사카 사람들이 퇴근 후 한 잔을 기울이러 들르는 골목들의 모임이다. 폭 2미터 안팎의 골목, 의자가 없는 카운터, 잔의 가장자리까지 가득 차게 부어지는 사케 한 잔.
난바의 동쪽, 닛폰바시(日本橋, Nippombashi)와의 사이에 끼어 있는 좁은 골목 일대가 우라난바(裏難波, Ura-Namba)다. "난바의 뒤편"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 도톤보리가 관광객의 거리라면, 우라난바는 오사카 사람들이 퇴근 후 한 잔을 기울이러 들르는 골목들의 모임이다. 골목의 폭은 2미터 안팎, 한 골목에 작은 술집이 7~8곳씩 줄지어 들어차 있다. 가게 정면이 거의 모두 미닫이문(引き戸, hikido)으로,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일대의 한 형태가 타치노미(立ち呑み, tachinomi)다. 글자 그대로 "서서 마시는" 술집. 카운터 앞에 의자가 없고, 혹은 있더라도 8~10개에 불과하다. 한 잔의 사케(日本酒, nihonshu)는 보통 1합(一合, ichigō, 약 180ml)에 600~1,000엔. 안주는 사시미 한 점, 꼬치 두어 개, 오뎅(おでん, oden) 한 그릇. 한 사람당 3,000~4,000엔이면 한 시간의 충분한 저녁이 된다.
5월 28일 18시 30분. 우라난바의 한 가게에서 타치노미의 첫 사케가 작은 잔에 따라진다. 잔의 가장자리까지 가득 찰 만큼 부어진 사케가 잔 받침(枡, masu)에 살짝 흘러나오는 형식 — "もっきり"(못키리)라 한다. 첫 잔의 사케는 차갑고, 강의 위의 도톤보리 네온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좁은 카운터 앞이라 도시의 외관이 잠시 사라진다.
21시의 도톤보리는 정오와 다른 도시다. 글리코 사인의 푸른 LED가 강의 검은 수면 위에 정확히 거꾸로 비치고, 카니도라쿠의 게 모형·돈키호테의 노란 관람차·쿠이다오레 타로의 빨간 줄무늬 인형이 차례로 점등된다.
21시의 도톤보리는 정오와 다른 도시다. 글리코 사인의 푸른 LED는 강의 검은 수면 위에 정확히 거꾸로 비치고, 도톤보리강을 따라 늘어선 음식점들의 간판 — 카니도라쿠(かに道楽, Kanidōraku)의 거대한 게 모형, 돈키호테(ドン・キホーテ, Don Quijote)의 노란 관람차, 쿠이다오레 타로(くいだおれ太郎, Kuidaore Tarō)의 빨간 줄무늬 인형 — 이 차례로 점등된다.
에비스교(戎橋, Ebisu-bashi) 다리 위는 늘 인파가 많다. 사진을 찍으려는 손이 뒤엉키고, 강 양안의 음식점 호객 소리가 도톤보리강의 어두운 수면에 부딪쳐 흩어진다. 한 블록 동쪽 닛폰바시 방향으로 이동하면 같은 글리코 사인이 한산한 풍경 안에서 보인다. 도톤보리는 그렇게 두 가지 거리 — 정면과 사선 — 를 동시에 가진 도시다.
21:30 정각, 도미인 본관 1층 식당의 카운터가 다시 한 번 열린다. 옛 일본의 길거리 야타이(屋台) 한 그릇을 호텔 안으로 옮겨온 콘셉트 — 작은 한 그릇의 쇼유 라멘, 무료.
요나키 소바(夜鳴きそば, yonaki soba)는 직역하면 "밤에 우는 소바"이다. 옛 일본의 길거리 라멘 야타이(屋台) 상인이 호객을 위해 부는 차르멜라(チャルメラ) 피리 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말. 도미인의 야식 라멘은 그 옛 야타이의 한 그릇을 호텔 1층으로 옮겨온 콘셉트다. 보통 라멘의 절반 크기, 가벼운 쇼유 베이스, 차슈 한 점과 멘마(メンマ) 약간, 파.
21:30 정각, 1층 식당의 카운터 앞에 작은 줄이 만들어진다. 그날 도미인 본관의 객실 230여 개 중 적지 않은 손님들이 카운터 앞 작은 줄을 만든다. 한 그릇은 약 5분 안에 비워진다. 그릇 옆 자판기에는 24시간 무료의 아이스크림(소프트크림·요거트·시바프) 코너가 있다. 비행기로 이동한 첫날의 마지막 한 그릇 — 그 작고 가벼운 의식이 도시 한복판의 호텔에서 일본의 옛 야타이 풍경을 짧게 빌려 온다.
22:30, 본관 객실. 큰 캐리어 두 개는 5월 29일 아침 호텔 프런트로 옮겨져 셋째 날 저녁까지 보관될 예정이다. 백팩 두 개에는 1박분 짐이 차곡차곡 들어 있다 — 셔츠 한 벌, 속옷, 양말, 세면도구, 충전기, 얇은 카디건. 다음 날 07:45의 출발 시각이 백팩의 무게 안에 미리 정렬되어 있다.
5월 28일의 마지막 풍경 — 27제곱미터 객실의 천장 등이 꺼지고, 닛폰바시역 방향의 도톤보리 네온이 창 너머로 가늘게 새어 들어오는 장면이다. 도시 한복판의 호텔이지만, 13층의 객실은 거리의 소음에서 한 켜 떨어져 있다. 도톤보리강의 어둠 위로 글리코 사인이 여전히 빛나는 시각, 첫째 날의 모든 13시간이 닫힌다.